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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은, 에르뎀이 완성한 '백설공주 실사판'의 레드카펫 문법

신예은의 최근 레드카펫과 화보를 관통하는 건 브랜드명이 아니라 하나의 실루엣이다. 에르뎀(Erdem)의 가운들이 반복되며 그려낸 '백설공주 실사판'의 질감을 한 벌씩 해부한다.

신예은의 레드카펫은 언제나 한 장면처럼 도착한다. 조명이 아니라 서사가 먼저 걸어 들어오는 느낌이다. 팔로워 300만 명이 지켜보는 계정 위에서, 배우는 최근 몇 개월간 유독 한 실루엣을 반복해서 입어왔다 — 어깨를 타이트하게 조이고 치마폭이 넓게 펼쳐지는, 그림 형제의 삽화에서 걸어 나온 듯한 드레스. 에르뎀(Erdem)의 손끝에서 나온 가운들이다.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실사로 다시 태어나던 순간, 셀룰로이드의 평면성이 벗겨지고 원단의 무게가 처음으로 드러났을 때의 낙차 같다.

보디스는 뼈대를 세운 듯 빳빳하다. 코르셋 라인을 따라 자수가 도드라지게 박음질된 자리마다 빛이 걸린다 — 마치 중세 태피스트리를 손으로 짜 내려가다 멈춘 자리처럼, 한 땀 한 땀의 밀도가 눈에 잡힌다. 치맛단은 반대로 힘을 뺀다. 겹겹이 쌓인 튤이 걸음마다 반 박자 늦게 따라오는데, 그 지연 자체가 우아함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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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서 신예은은 계단을 오르는 중인지 내려오는 중인지 알 수 없는 자세로 멈춰 있다. 백설공주가 유리관에서 막 눈을 뜬 순간을 실사로 옮긴다면 이런 정지 동작일 것이다.

검은 벨벳은 묵직하게 떨어진다. 중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원단이라 몸의 실루엣보다 바닥에 닿는 끝단이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어깨선은 반대로 뾰족하게 솟아 있어서, 마치 홀바인이 그린 튜더 왕조 초상화 속 인물이 무대 조명 아래로 걸어 나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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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을 감싼 초커형 장식 하나가 전체 톤을 사극에서 고딕 판타지로 옮겨 놓는다. 요즘 그의 표정에 드리운 특유의 담담함과, 이 무게감 있는 원단이 정확히 같은 온도로 맞물린다.

반대로 파스텔 톤 가운에서는 원단이 숨을 쉰다. 시폰 레이어가 걸음마다 뒤늦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은, 슬로모션으로 치맛자락을 쫓는 영화 카메라의 리듬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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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는 퍼프로 부풀렸다가 팔꿈치 아래에서 급격히 좁아지는데, 이 대비가 실루엣 전체에 리듬을 만든다. 동화 속 공주보다는, 그 공주 역할을 맡은 배우가 촬영장 사이 잠깐 쉬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인상이다.

플로럴 자수가 어깨부터 흘러내리는 가운도 있다. 꽃잎 하나하나가 입체적으로 도드라져서 원단이라기보다 얕은 부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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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가만히 모으고 선 자세 하나로, 정원에 갇힌 초상화 같은 정적이 만들어진다. 화려함을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정지된 자세로 눌러 담는 방식이 신예은 특유의 문법이다.

결국 에르뎀의 가운들이 신예은에게 옮겨오면서 완성하는 건 '공주'라는 완제품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실사로 넘어오는 중간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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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의 평면성과 배우의 표정 사이, 그 어딘가에서 옷은 서사가 되고 서사는 다시 한 벌의 원단으로 되돌아간다.

#신예은 #에르뎀 #레드카펫 #드레스 #패션 에디토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