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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두 장, 검정 한 장 — 지야(@ji_.yaaa_)의 피드를 옷으로 읽는 법
크림빛 링거티, 비치는 시어 탑, 창가의 검정 반팔. 지야의 피드에서 세 장면만 골라 질감과 실루엣으로 읽었다.

지야(@ji_.yaaa_)는 팔로워 8만 명 안팎의 계정이다. 숫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색이다. 흰색이 두 번 지나가고, 검정이 한 번 온다. 에릭 로메르의 여름 영화에서 세 장면만 오려낸 것 같다. 이 글은 그 세 장면만 따라간다.
첫 장면은 흰 벽돌 벽 앞이다. 나무 프레임의 유리창은 어두운 실내를 비추고, 햇빛은 바닥에 창틀의 그림자를 비스듬히 눕힌다. 평평한 벽과 날 선 빛만으로 화면이 선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캘리포니아의 한낮을 사진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옷은 크림빛 링거티다. 몸선을 따라 붙는 얇은 저지 위로 네이비 파이핑이 목선과 소매 끝, 래글런 솔기를 한 줄씩 긋는다. 가슴께에는 작은 자수 로고가 앉았다. 캡션 해시태그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를 가리킨다. 기장은 허리선에서 끊기고, 그 아래로 납작하게 접힌 허리밴드가 흰 치마를 받친다. 치마는 빳빳한 코튼 포플린처럼 구김을 안은 채 부풀어 오른다. 딱 붙는 윗도리와 공기를 품은 아랫도리. 실루엣은 모래시계보다 팽이에 가깝다.
캡션은 #광고로 시작한다. 광고 표기가 붙은 게시물이라는 전제를 두고 옷만 본다. 본문은 가볍다. 하루 종일 날씨가 좋다고 외쳤던 날, 김나영님이 입은 것을 보고 그대로 '손민수'했다고 적었다. '손민수'는 마음에 든 사람의 옷을 그대로 따라 입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링거티는 처음인데 맘에 쏙 든다고도 했다.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 의상을 입고 극장 앞에 선 관객처럼, 처음 입어본 실루엣을 햇빛 아래 먼저 세워본 사진이다.
두 번째 장면은 실내다. 캡션에는 글자가 없다. 🍵🤍, 이모지 두 개뿐이다. 설명은 사진이 한다. 흰 벽, 검은 둥근 의자, 흰 테이블, 그 위의 흰 티포트와 호박빛 차가 담긴 유리 피처. 빌헬름 함메르쇼이가 그린 고요한 흰 방에 인물이 정면으로 돌아앉은 한 점 같다.
옷은 어깨에서 흘러내린다. 오프숄더 선을 따라 얇게 비치는 직물이 주름을 잡고, 그 안쪽으로 흰 이너가 어렴풋이 윤곽을 내비친다. 긴 소매는 손등 가까이까지 내려온다. 유산지를 한 겹 걸친 듯 공기가 먼저 닿는 질감이다. 소피아 코폴라 영화의 아침 장면처럼, 속이 비치는 천이 빛을 먼저 받는다. 흰 옷이 흰 벽에 번지지 않는 건 곁에 놓인 검은 의자와 검은 찻잔이 윤곽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목선 위에는 가느다란 목걸이 하나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흰색이 끝난다. 캡션은 이렇다. '해가 길어지니 좋구, 이름이 옥톡케🌽였던 치즈케이크도 맛나구.' 해가 길어지는 걸 반기는 사람의 말투다. 사진 속 그는 창가에 옆으로 앉아 바깥을 본다. 높이 올려 묶은 번에서 흘러내린 잔머리가 비스듬한 빛을 받는다. 에드워드 호퍼가 침대 끝에 앉혀둔 창가의 여인을 카페로 옮겨온 듯하지만, 쓸쓸함 대신 느긋함이 있다.
검정은 이 장면에서 한 톤으로 간다. 몸선을 따라 붙는 검은 반팔 티, 같은 검정의 짧은 하의. 벤치 위에는 어두운 가방이 놓여 있고, 가방에는 회색 폼폼 장식이 매달려 있다. 매끈한 저지 곁에 보송한 솜뭉치가 앉으면서 검정 위에서 질감이 변주를 맡는다. 손에는 꽃무늬가 박힌 유리잔과 빨대. 한 톤의 어둠 속에 꽃무늬 하나가 든 모습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는 〈오즈의 마법사〉의 첫 장면을 아주 작게 줄여놓은 것 같다.
세 장면을 이어 읽으면 동선이 생긴다. 벽 앞에 서고, 테이블에 앉고, 창가에서 바깥을 본다. 직물은 빳빳한 천에서 비치는 천으로, 다시 몸에 붙는 저지로 옮겨간다. 같은 흰색이라도 질감이 다르고, 같은 검정이라도 소품이 다르다. 따라 입고 싶다면 순서는 간단하다. 링거티는 파이핑의 네이비와 치마의 흰색 톤을 맞춘다. 시어 탑은 안에 흰 이너를 받쳐 투명도를 조절한다. 블랙은 한 톤으로 가다가 가방 장식에서 질감을 바꾼다. 화면 속 지야는 옷보다 먼저 날씨를 말한다. 옷은 그 날씨를 받아 적는 속기사처럼 뒤따른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야의 스타일은 어떤 무드인가요?
흰색 두 장면과 검정 한 장면으로 읽힙니다. 캡션이 '바람두 솔솔', '해가 길어지니 좋구'처럼 날씨와 계절을 말하는 담백한 말투여서, 옷도 소리를 낮추고 질감으로만 변화를 줍니다.
Q. 링거티 룩의 포인트는 어디인가요?
네이비 파이핑이 목선과 소매 끝, 래글런 솔기에 선을 긋는 점입니다. 허리선에서 끊기는 짧은 기장과 빳빳하게 부풀어 오르는 흰 치마가 대비를 이룹니다. 캡션 해시태그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를 가리키며, 이 게시물에는 #광고 표기가 붙어 있습니다.
Q. '손민수'했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마음에 든 사람의 옷을 그대로 따라 입었다는 뜻입니다. 캡션에는 김나영님이 입은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입었고, 링거티는 처음인데 맘에 쏙 든다고 적혀 있습니다.
Q. 시어 오프숄더 룩은 어떻게 입었나요?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오프숄더 선의 얇은 직물 안쪽에 흰 이너를 받쳐 비침을 조절했습니다. 긴 소매는 손등 가까이 내려오고, 목에는 가느다란 목걸이 하나만 더했습니다. 흰 옷이 흰 벽에 번지지 않게 곁의 검은 의자와 찻잔이 윤곽을 잡아줍니다.
Q. 블랙 룩에서 변주는 어디서 오나요?
검은 반팔 티와 짧은 하의를 한 톤으로 맞추고, 질감은 소품에서 바꿉니다. 어두운 가방에 매달린 회색 폼폼 장식과 손에 든 꽃무늬 유리잔이 검정 위의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