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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잿빛 테일러링과 버킷햇 사이의 온도차

서킷의 팽팽한 긴장과 오프듀티의 헐렁함, 박지은(@95pje)이 오가는 두 개의 질감을 소재로 읽는다.

박지은(@95pje)의 피드를 오래 들여다보면 숫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팔로워 28만여 명이 드나드는 계정이지만, 정작 반복되는 건 두 개의 온도차뿐이다. 서킷의 팽팽한 긴장과 오프듀티의 늘어진 여백, 그 사이를 오가는 옷들.

먼저 눈에 걸리는 건 무채색으로만 쌓아 올린 셋업이다. 잿빛에 가까운 울 재킷, 그 안으로 받쳐 입은 새까만 이너, 다시 그 아래로 떨어지는 팬츠 한 벌. 색을 걷어낸 자리엔 재단선만 남아서, 큐브릭 영화 속 대칭 프레임에 놓인 인물처럼 군더더기 없는 구도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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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선은 각을 잡아 빳빳하고, 그 아래 바지 밑단은 중력에 순순히 따라 떨어진다 — 뻣뻣함과 무게감이 한 벌 안에서 부딪히는 순간이다.

레이싱 패독이라는 배경을 떠올리면 이 조합은 더 선명해진다. 엔진오일과 타이어 고무 냄새가 밴 공간에서, 오히려 가장 정제된 실루엣을 골라 입는 태도. 마치 왕가위 영화에서 소음 가득한 배경 속 인물만 슬로우모션으로 걸어나오는 장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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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루는 완전히 다른 원단으로 넘어간다. 톡톡하게 짜인 코튼 핏티 한 장, 그 위로 눌러쓴 버킷햇. 애써 고른 티 안 나는 조합, 이른바 꾸안꾸의 정석이다. 핏티의 밑단은 허리춤에서 헐렁하게 남고, 버킷햇의 챙은 시선을 반쯤 가린다. 마치 90년대 스케이트 비디오 한 컷을 그대로 옮겨온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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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헐렁함은 앞선 셋업의 각과 정확히 대구를 이룬다. 한쪽엔 다림질의 바삭함이, 다른 한쪽엔 세탁을 반복한 코튼의 물러진 조직감이 있다. 같은 사람의 옷장에서 나온 두 개의 질감이라기엔 낙차가 크지만, 그 낙차 자체가 박지은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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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의 옷장은 두 개의 계절을 동시에 산다. 재단된 긴장과 풀어헤친 여백. 하나가 서킷의 소음을 잠재우는 정적이라면, 다른 하나는 그 정적 다음에 오는 숨 고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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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95pje #모노톤룩 #버킷햇 #꾸안꾸